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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DUCK · KOREAN ORIGINAL

바이브코딩으로 게임 디자인하기, 디자인과 출신인데 에셋을 하나도 직접 만들지 않은 이유 | Quirky Ball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지만

Quirky Ball의 게임 에셋을 직접 만들지 않았다.

 

일러스트를 한 장씩 그리고,

버튼을 포토샵에서 뽑고,

아이콘을 직접 다듬는 방식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게임의 분위기는 점점 하나로 모이고 있다.

 

처음에는 나도 이게 좀 이상했다.

 

디자인과를 나왔는데 정작 내 게임 그림을 내가 안 그린다니.

 

하지만 게임을 끝까지 만들려면,

오히려 이 방식이 맞았다.

 


디자인과를 나왔다고 모든 그림을 직접 그려야 하는 건 아니다.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으로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내가 배운 디자인은

예쁜 그림을 만드는 일보다

문제를 정리하는 일에 가까웠다.

 

누가 이 화면을 보는지,

무엇을 먼저 알아야 하는지,

어떤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Quirky Ball에서도 내가 맡은 일은 같았다.

 

구슬을 직접 그리는 대신

어떤 모양이어야 한눈에 구분되는지 정했다.

 

과학자를 직접 픽셀로 찍는 대신

이 캐릭터가 게임의 엉뚱한 실험실 분위기를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 판단했다.

 

그림을 안 그렸다고 디자인을 안 한 건 아니었다.

 

과학자와 구슬 실험으로 시작하는 Quirky Ball 오프닝.


에셋부터 만들기 시작하면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

1인 개발에서 가장 무서운 건 못 만드는 게 아니다.

 

만들 건 계속 늘어나는데

게임은 여전히 실행되지 않는 상태다.

 

홈 화면 하나를 만든다고 해도

배경, 로고, 버튼, 아이콘,

배지, 팝업, 캐릭터가 필요하다.

 

이걸 전부 손으로 완성한 뒤

개발을 시작하려 했다면

나는 아직도 첫 화면에서

색을 고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순서를 바꿨다.

 

먼저 플레이가 되는 화면을 만들고,

실제 게임 안에서 어색한 부분을 고쳤다.

 

필요한 시각 요소는 AI와 코드로 빠르게 꺼내고,

살아남은 것만 디자인 규칙으로 묶었다.

 

완성된 에셋을 기다리지 않으니

화면을 훨씬 빨리 비교할 수 있었다.

 


Quirky Ball의 대부분은 이미지보다 규칙으로 그려진다.

프로젝트를 뜯어보면 의외로

이미지 파일보다 코드로 그리는 화면이 훨씬 많다.

 

구슬의 얼굴과 하이라이트,

카드의 테두리와 그림자,

버튼의 눌림, 작은 배지와 아이콘까지

게임 안에서 조합된다.

 

이 방식의 장점은

하나를 고치면 여러 화면이 같이 좋아진다는 점이다.

 

둥근 모서리의 크기,

그림자의 방향,

포인트 색을 규칙으로 만들어두면

상점 카드마다 새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

 

패키지, 재화, 티켓, 코스메틱처럼

내용이 달라도

같은 게임의 화면처럼 보이게 된다.

 

같은 규칙으로 정리한 패키지, 재화, 티켓, 코스메틱 카드.

처음부터 이렇게 정리되어 있었던 건 아니다.

 

버튼마다 색이 달랐고,

아이콘의 표현 방식도 섞였고,

카드마다 정보의 순서가 달랐다.

 

하나씩 예쁘게 고치는 대신

공통 규칙을 먼저 고치니

화면 전체가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내가 한 디자인은 선택하고 버리는 일이었다.

바이브코딩을 하면 결과물이 아주 빨리 나온다.

 

문제는 좋은 결과만 빨리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럴듯하지만 게임과 안 맞는 화면,

혼자만 튀는 아이콘,

읽기 어려운 색 조합도 같이 쏟아진다.

 

그래서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은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비교하고 버리는 일이었다.

 

실행 화면을 캡처하고,

무엇이 먼저 보이는지 확인하고,

한 문장으로 문제를 적었다.

 

수정된 화면을 다시 보고,

아직 어색하면 또 버렸다.

 

랭킹 화면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순위 숫자만 나열하는 대신

시상대, 내 순위, 시즌 정보,

여러 랭킹의 입구를

한 화면에서 읽히게 정리했다.

 

시상대와 여러 랭킹의 입구를 한 화면에 정리한 랭킹 장면.

여기서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정보의 순서를 정하는 일이었다.

 


예쁜 버튼보다 잘못 눌리지 않는 버튼이 먼저였다.

게임 화면을 예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완성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손가락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디자인해야 한다.

 

Quirky Ball에는 레벨이 오르면

두 가지 성장 방향 중 하나를

고르는 화면이 나온다.

 

그런데 직전 동작에서

화면을 빠르게 누르던 손가락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팝업이 뜨자마자

원하지 않는 선택을 눌러버릴 수 있다.

 

그래서 선택 버튼은 처음 1.5초 동안

딤드 상태로 보이고 입력도 받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색과 대비가 돌아오면서

버튼이 활성화된다.

 

선택 버튼은 1.5초간 딤드된 뒤 색과 대비가 돌아오며 활성화된다.

흐린 상태와 선명한 상태가 확실히 달라야

플레이어도 지금 누를 수 있는지

바로 이해한다.

 

이런 건 스크린샷 한 장만

예쁘게 만드는 작업에서는 쉽게 빠진다.

 

하지만 실제 게임을 계속 실행하며 만들면

결국 발견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게임 디자인의 완성도는

이런 작은 안전장치에서 나온다.

 


AI가 만들었다고 디자인이 자동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다.

AI는 화면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화면이 Quirky Ball다운지는 모른다.

 

어떤 버튼을 더 크게 보여야 하는지,

어떤 농담은 남기고 어떤 장식은 버려야 하는지,

모바일 화면에서 글자가 실제로 읽히는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내가 한 일은

AI에게 한 번 멋지게 만들어달라고 말하고

끝내는 일이 아니었다.

 

게임을 실행하고,

캡처하고,

문제를 구체적으로 말하고,

다시 비교하는 일을 반복했다.

 

결국 바이브코딩에서

디자인 감각이 필요한 순간은

만드는 순간보다 고르는 순간이었다.

 


다시 만든다면 똑같이 할까?

아마 똑같이 할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에셋 묶음을 만들지 않고,

플레이 가능한 화면부터 만들 것이다.

 

그리고 반복해서 쓰이는 모양과 색이

보이기 시작할 때

디자인 규칙으로 묶을 것이다.

 

직접 그리지 않는 대신

더 많이 보고,

더 정확하게 말하고,

더 냉정하게 버릴 것이다.

 

디자인과를 나온 내가

에셋을 하나도 직접 만들지 않은 이유는

그림을 포기해서가 아니다.

 

혼자서도 게임을 끝까지 완성할 수 있는

디자인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