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DUCK · KOREAN ORIGINAL
바이브코딩으로 게임만들기 | 프로젝트K | 재밌는 소재지만 양대마켓 검열에 걸릴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Project K는 아직 게임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내 체감 개발률은
10%도 안 된다.
화면은 많다.
대화도 나오고,
농장도 있고,
광산도 있고,
전쟁 비슷한 것도 돌아간다.
그런데 플레이어가 실제로 만지는 순간을 기준으로 보면,
완성된 콘텐츠가 거의 없다.
최근 리팩토링을 하면서
그 사실이 더 적나라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소재를 찾았는데, 시작부터 위험하다.
Project K는 가상의 폐쇄국 지도자가 되어
국가를 운영하는 풍자 게임이다.
선전 방송에서는 모든 게 완벽한데,
현장에 나가보면 농장은 망가져 있고
광산은 멈춰 있고
부하들은 숫자를 예쁘게 고쳐서 보고한다.
나는 이 간극이 재미있었다.
플레이어가 독재자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직접 결재하고
직접 선전하고
결국 그 체제를 굴리는 사람이 되는 구조다.
세계관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 생각한 게임 중 가장 재미있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가장 쉽게 선을 넘을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제목은 검열이라고 썼지만, 아직 걸린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Project K를 애플이나 구글에 제출해 본 적은 없다.
그러니 실제로 거절당했다거나
검열을 당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심사 리스크는 분명히 있다.
애플 앱 심사 지침은 모욕적이거나 불쾌감을 주는 콘텐츠를 제한하면서도
전문적인 정치 풍자와 유머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 적고 있다.
구글 플레이 정책도 게임 속 가상 폭력 자체를 전부 금지하지는 않지만,
혐오 표현, 과도하게 사실적인 폭력, 민감한 사건의 소비,
실제 기관과의 관계를 오해하게 만드는 표현을 문제 삼는다.
결국 풍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고,
정치 소재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탈락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 애매한 선을
혼자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실존 국가명과 인물명을 쓰지 않고,
실제 국기와 문장을 복제하지 않고,
고문이나 처형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 쪽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안전하게만 만들면
이번에는 풍자가 밋밋해진다.
이 줄타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지금 더 큰 문제는 마켓 심사가 아니다.
솔직히 지금 상태로는
심사에 떨어질 걱정을 할 단계도 아니다.
게임의 완성도가 훨씬 더 큰 문제다.
자동 테스트는 돌아간다.
버튼을 누르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고,
저장이 되고,
중간에 종료해도 이어서 시작할 수 있다.
개발자 시선으로 보면
기능이 꽤 많은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플레이어 시선으로 보면
버튼을 눌러 숫자가 바뀌는 프로토타입이
여러 장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테스트가 통과했다는 것과
게임이 재미있다는 것은
정말 아무 상관이 없었다.

리팩토링을 했더니, 숨겨둔 부실이 전부 나왔다.
리팩토링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장면이 늘어날수록 코드가 꼬였고,
대사 하나를 고치면 다른 화면이 깨졌고,
비슷한 기능이 여러 파일에 복제되어 있었다.
그래서 저장 구조와 화면 흐름을 정리하고,
농장과 광산과 전쟁을
각자의 콘텐츠로 분리하기 시작했다.
코드는 이전보다 나아졌다.
그런데 코드가 정리되자
그동안 뒤에 숨어 있던 문제가 전부 보였다.
에셋은 화면마다 화풍이 달랐고,
대사는 인물이 아니라 설명서처럼 말했고,
각 콘텐츠는 모양만 다를 뿐
결국 비슷한 버튼을 누르는 형태였다.
리팩토링으로 게임을 살리려다가,
게임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착했다.

에셋은 많아졌는데 게임의 얼굴은 사라졌다.
바이브코딩을 하면
에셋 후보를 만드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문제는 좋은 에셋이 빨리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쓰지 않을 에셋까지 빨리 쌓인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명암이 많은 일러스트가 좋아 보였고,
다른 날은 제한색 픽셀이 좋아 보였고,
또 다른 날은 로우폴리 3D가 답처럼 보였다.
각각 따로 보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한 게임에 넣으면
서로 다른 세 게임을 억지로 붙여놓은 것처럼 보인다.
지금 프로젝트 문서에는
임시 프로시저럴 에셋을 쓴 화면은
출시 완료로 표시하지 말라고 적어두었다.
말이 규칙이지,
사실상 현재 화면 대부분을 다시 보겠다는 뜻이다.
대화는 많지만, 아직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
Project K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쩌면 전쟁이나 농장보다 대화다.
부하는 통계를 조작하고,
비서는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AI 국가는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통제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사는
상황을 설명하고
다음 버튼을 누르라고 알려주는 수준에 가깝다.
인물마다 직책은 다른데
목소리는 비슷하다.
욕망도 약하고,
서로 숨기는 것도 부족하고,
한 문장만 읽어서는 누가 말하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대화창의 모양을 고치는 것보다
사람부터 다시 써야 한다.

재미가없다.
차량도 움직이고,
병력을 뽑아 전쟁도 할 수 있다.
문제는 하나를 끝내고 나서
다음 것을 왜 해야 하는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농장에서 수확한 식량이
어떤 사람을 살렸는지 잘 보이지 않고,
광산에서 얻은 자원이
어떤 정치적 문제를 만들었는지도 약하다.
전쟁은 화면만 보면 가장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유닛을 소환하고
체력 막대가 줄어드는 기술 데모에 가깝다.
처음엔 유닛들이 문워크로 이동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났을 때
플레이어가 무슨 선택을 후회해야 하는지,
왜 이게임을 다시해야하는지 모른다.

콘텐츠의 입구는 만들어졌지만,
그 안에서 기억에 남을 사건은 아직 없다.
그래서 지금은 더 만드는 게 아니라 뒤엎는 중이다.
당분간 새로운 기능을 더 붙이는 건 의미가 없다.
지구본을 하나 더 멋지게 만들고,
외교 카드를 몇 장 더 추가하고,
전쟁 유닛을 한 종류 더 넣어도
게임의 중심이 생기지는 않는다.
지금 다시 잡고 있는 건 첫 30분이다.
첫 대사부터 웃기는지,
첫 결재가 실제 선택처럼 느껴지는지,
첫 현장 조작이 손에 남는지,
첫 보상이 다음 사건을 궁금하게 만드는지를 다시 보고 있다.
에셋 방향도 하나로 고정하고,
대사는 인물별로 다시 쓰고,
각 콘텐츠는 고유한 손맛 하나를 증명하지 못하면
과감하게 빼려고 한다.
지금 이 글에 들어간 화면 중
몇 개는 다음 버전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을 계속 만들 이유는 있다.
Project K의 소재는 아직 재미있다.
선전과 현실의 차이,
숫자로 포장되는 실패,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었는데
결과적으로 체제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모순은
게임으로 만들 가치가 있다.
다만 소재가 재미있다는 것과
게임이 재미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Project K는
재미있는 소재를 잡았지만,
에셋과 대사와 콘텐츠가
서로 다른 게임을 보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다시 해체하고 있다.
양대 마켓 심사보다 먼저,
플레이어 심사부터 통과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확실히 단순 보드/퍼즐 게임인 Quirky Ball에 비하면 갈길도 멀지만
복잡한 만큼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돈을 벌어보고 싶다.

